PA는 전공의 수련에 어떤 영향 미치나…'단순 업무 줄어 기회' VS '역할 중첩으로 수련 기회 박탈'
의학회 학술대회서 간호법 시행에 의학계 내 여러 우려 목소리 제기…'업무범위 명확화·전공의 우선 술기 참여' 담보시 긍정적 주장도
13일 진행된 대한의학회 학술대회 중 '간호법 시행과 전공의 학습권' 관련 세션 토론 모습.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간호법 시행이 오히려 전공의 수련 시스템에 중대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전공의 교육의 질을 최우선으로 보호하면서 PA를 관리하기 위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다면 전공의들의 단순 업무가 줄면서 간호법 시행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PA와 전공의의 역할 중첩과 더불어 교육 기회 박탈 등 수련 과정에서 여러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 역시 다수 제기됐다.
PA 업무범위, 고위험 침습행위·의학적 판단 필요한 행위 다수 포함 '우려'
대한의사협회 문석균 의료정책연구원 부원장(중앙의대 교수)은 13일 대한의학회 학술대회에서 '간호법과 진료지원업무(PA) 주요 쟁점'을 소개했다.
문석균 부원장에 따르면 간호법은 많은 부분을 하위법령에 위임하면서 PA 업무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없고 PA 자격 요건, 교육기관 지정과 평가 역시 부재한 상태다.
또한 의료의 연속성을 고려하지 않아 이해관계자간 지속적인 갈등이 유발될 가능성이 크다.
문 부원장은 "PA 간호사 기준이 부실해 업무 분야 전문성이 담보되지 않는다. 특히 기존 전문간호사와 신설되는 전담간호사 제도 중복으로 인한 혼란도 야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PA 간호사 업무범위는 7개 분야 45개 행위로 돼 있다. 다만 45개 행위의 포괄성과 모호성으로 현장 혼란이 야기될 수 있고 고위험 침습행위, 의학적 판단이 필요한 행위가 다수 포함돼 있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PA 교육체계와 관련해서도 그는 "교육 기관이 의료인 단체,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 전문간호사 교육기관 등으로 정해져 있긴 하지만 교육 주체, 교육 내용, 평가체계가 미비하다. 교육은 의사가 주도해야 바람직하나 단체간 이견으로 갈등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PA 관리체계도 문제다. 법안을 살펴보면, 병원 내 의사 및 간호사 각각 1인 이상 포함된 '운영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된다. 운영위는 PA 간호사 직무기술서 심의, 승인, 업무관리, 감독을 담당하게 된다.
문석균 부원장은 "PA의 행위 수행 책임은 의료행위의 수행 상황을 고려해 판단하게 된다. 다만 법적 책임이 불문명해 환자와 간호사 모두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문석균 의료정책연구원 부원장.
PA 개념 도입으로 전공의 교육 변화 불가피…술기 경험 감소될 것
간호법과 관련된 또 다른 중요한 쟁점은 '전공의 교육'이다. 간호법 제14조에 PA 개념이 도입되면서 별도의 면허 없이 진료가 가능해지면서 전공의들의 술기와 증례 경험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부원장은 "간호법 하위법령 제정 및 제도 시행 초기 혼란과 갈등은 불가피하다. 새로운 역할 분담 적응 과정에서 전공의, PA, 지도전문의 사이 마찰이 유발될 수 있다"며 "특정 술기 경험 기회가 감소되고 지도 전문의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외 사례를 봐도 미국응급의학과 전공의를 대상으로 한 설문을 보면 응답자의 66.9%가 PA로 인해 교육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또한 미국 외과 전공의 50명 설문 결과, 응답자의 34%가 PA로 인해 수술의 핵심 부분을 수행할 가능성을 낮게 느꼈고 응답자 77%가 PA로 인해 환자 상담 시간이 줄었다고 답했다.
영국의사협회가 1만9000명 의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선 응답자의 87%가 PA의 업무 방식이 환자 안전에 위험을 초래한다고 느꼈다.
사직 전공의인 의협 김민수 정책이사는 "전공의 업무의 대체 수행자로 PA 도입을 논의하기 시작한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PA 제도 도입 과정이 기형적"이라며 "한국은 PA 업무범위 논의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일본은 PA 업무범위를 검토하기 위해 '팀의료추진에 관한 검토회', '간호사 특정행위 연수부회'가 있었다. 우리나라는 얼마나 많이 고민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이사는 "PA와 전공의에 대한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의료기관 내 PA 업무와 더불어 전공의를 얼마나 잘 교육할 것인지에 대해 우선 논의해야 한다"며 "PA, 전공의, 지도전문의가 어떻게 팀의료를 할 것인지, 특히 향후 교육수련 과정 등을 전공의가 참여한 상태에서 복지부가 함께 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세의대 양은배 교수는 "PA 제도로 인해 전공의 학습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 수련병원에서 구조적으로 정당한 수련 받을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거나 어떤 면에선 전공의들이 PA와 경쟁해야 할 수 있다"며 "전공의들의 심리적 소외감도 문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전공의 수련 목적으로 우선교육 원칙을 만들어야 한다. 전공의 학습권을 법률로 명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의협 이혜주 국제이사는 "전공의들은 배운다기 보다 버틴다고 말한다. 전문 과목 술기, 진료 보단 환자 예약, 서류, 행정 업무, 환자 응대에 더 시간 많이 할애한다. 병동에서 전화 받고 진통제 처방 등 병동 내 자잘한 일처리를 하는라 수술을 배울 시간은 없다"며 "지금도 체계적이지 않은 전공의 수련환경인데 PA 도입은 더 수련 환경 악화시킬 뿐이다. 고위험 술기는 간호사 업무범위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말했다.
'명확한 업무범위 가이드라인·전공의 우선 술기 참여 원칙·교육' 담보되면 오히려 기회될수도
다만 장기적으론 PA 간호사 제도가 정착될 경우 전공의 수련 개선에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문석균 부원장은 "제도 정착 시 전공의 역할의 근본적 변화 가능성이 있다. 단순 반복 업무에서 고차원 역량에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단순·반복에서 복잡·희귀 사례 위주로 학습이 변경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대한 우려를 줄이고 간호법 시행을 기회로 삼기 위해 그는 "국가 차원에서 명확한 PA 역할과 업무 범위를 설정하는 기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며 "의료기관은 세부 직무기술서 프로토콜을 개발하고 전공의 대표와 수련 담당자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필수 술기와 증례는 전공의 우선 참여를 원칙적으로 제도화해야 한다. 의료기관은 진료과별 지침에 '전공의 우선 배정' 목록을 명시하고 PA 담당 가능성이 높은 핵심 술기에 대해선 시뮬레이션 교육을 강화해 집중 수련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PA 간호사의 역량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관리 감독 기구를 의협 내에 신설해야 한다. 특히 지도 전문의 대상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전공의 수련 교육과정은 역량 중심 교육으로 전환하는 등 조정하는 것이 좋다"고 제언했다.
문 부원장은 "전공의 교육의 질을 최우선으로 보호하면서 PA를 관리하기 위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다면 간호법 시행이 전공의 수련 시스템에 중대한 도전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이를 위해 적절한 지도감독 및 단계적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PA 간호사 관리감독 기구는 의협 내에 신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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